2025년 상반기, 부동산 시장을 뒤흔든 6·27 대책은 집을 사고파는 모든 사람들의 손발을 묶어버린 듯했습니다. 집을 팔려던 사람은 지금은 아냐하며 매물을 거두었고 집을 사려던 사람은 '좀만 더 기다리면 더 떨어질지도 몰라'라며 지갑을 닫았습니다. 고가 아파트 시장은 거래가 뚝 끊겼고 중저가 아파트는 여전히 숨은 기회를 찾는 실수요자들로 버텼죠. 그런데도 서울 일부 노후 아파트는 신고가를 경신하며 시장의 아이러니를 보여주었습니다.
이번 글은 지금 이 시기에 부동산을 바라보는 법 그리고 투자자·실수요자 모두가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전략을 담았습니다. 변화를 읽고 나만의 플랜을 세우고 싶은 분들이라면 끝까지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거래량 급감, 시장이 멈춘 이유
6·27 대책이 발표된 후 한 달 동안, 서울 아파트 거래가 눈에 띄게 줄어든 건 사실입니다. 왜 그랬을까요?
쉽게 말해, 정책이 나온 순간 시장이 깜짝 놀라 멈춰 선 것입니다.
집을 팔려고 했던 사람은 '지금 팔면 손해 보겠다' 싶어서 매물을 거둬들이고, 집을 사려고 했던 사람은 '조금만 기다리면 더 싸게 살 수 있지 않을까?'하며 지갑을 닫았습니다.
그래서 하루에 거래되는 건수가 평소보다 훨씬 줄었고, 거래되는 집값도 확 내려갔죠.
그런데 재미있는 건 이렇게 거래가 얼어붙은 시기에 가끔 급매물이 나온다는 점입니다.
마치 시장이 한산할 때 가게에서 진짜 괜찮은 물건을 세일하는 것처럼, 시세보다 싸게 나오는 집들이 보이기 시작하는 거죠.
이런 급매물은 보통 정책 발표 후 2~3주 지나고 등장하고 그 뒤에는 현금이 있는 사람이 유리한 상황이 됩니다.
만약 이 시기에 움직인다면 몇 가지는 꼭 점검해야 합니다.
- 첫째, 최근 거래가 중에서 제일 낮은 가격을 기준으로 앞으로 더 떨어질 수 있는 여지를 계산해 보세요. 욕심보다 안전이 우선입니다.
- 둘째, 집을 사서 들고 있을 동안 들어갈 모든 비용(대출 이자, 취득세, 관리비 등)을 한 번에 계산해 두세요. 그래야 진짜 수익이 보입니다.
- 셋째, 시장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는 신호를 찾으세요. 급매가 사라지고 호가가 오르기 시작하며 거래 건수가 조금씩 늘어나면 회복 조짐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실거주와 투자는 꼭 구분하세요.
실거주는 내가 편하게 살 수 있는 집을 찾는 게 목적이니 타이밍에 너무 집착하다가 마음에 드는 집을 놓칠 수 있습니다.
투자는 수익과 리스크를 따져 움직이는 게임이니 차분하게 조건을 맞출 때까지 기다리는 게 맞고요.
결국, 시장이 조용할 때는 준비하는 사람이 다음 기회를 잡게 됩니다.
지금은 잠시 숨을 고르면서, 좋은 집을 골라낼 눈을 키우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고가 아파트는 더 줄고, 중저가가 부각
이번 사이클의 특징은 거래 비중이 고가에서 중저가로 재편됐다는 점입니다. LTV와 총부채 규제가 강화된 환경에서는 자기자본 요구치가 높은 고가 아파트가 자연스럽게 위축됩니다. 반대로 5억 원 이하 구간은 대출 가용성이 상대적으로 높고, 생애 최초·신혼부부 등 정책 수혜가 겹치면서 실수요 거래가 유지됩니다. 다만 중저가=무조건 기회는 아닙니다. 실수요 비중이 높을수록 단기 급등탄력은 제한적이고, 가격 탄력성은 교통·교육·생활편의성 개선의 속도에 따라 갈립니다.
투자자는 중저가 내에서도 체급을 나눠 봐야 합니다. 예컨대 3억대 구축에서 2년 내 교통 호재가 확정된 단지는 회복 시 상승 베타가 높고, 5억대 신축 준신축은 하방이 단단하지만 베타가 낮습니다. 또한 같은 가격대라도 관리 상태, 동·호수 일조·조망, 커뮤니티 시설, 주차 대수 같은 미세 스펙이 재판매 시 프리미엄의 분기점이 됩니다.
실전 팁을 드리면
하나: 동일 생활권에서 전세가율이 70%대 초중반인 단지 위주로 보세요. 레버리지 효율이 좋고 하방 방어력이 높습니다.
둘: 호가가 아닌 최근 4~6주 실거래의 중앙값을 기준으로 협상 범위를 정하세요.
셋: 입주 10년± 단지는 수선수요가 본격화되기 전에 선점하면 유지보수비 리스크를 예측하기 수월합니다.
넷: 학군·환승·대형 상권 중 최소 2개 조건이 충족되는 곳에 집중하면 보유 중 공실·유동성 리스크를 줄일 수 있습니다.
그래도 오른 곳이 있다? 노후 아파트 주목
시장 전체가 식었는데 일부 노후·고가 단지가 신고가를 기록한 현상은 희소성과 미래 기대 현금흐름의 가격 반영입니다.
재건축 가능성이 열려 있는 30년 이상 단지는 규제 국면에서도 매도자 우위가 발생하기 쉽습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첫째, 대체재가 부족합니다. 동일 입지·동일 학군·동일 교통 접근성을 가진 신축 공급이 없는 상황에서 재건축 카드가 사실상
유일한 가치상승 경로이기 때문이죠.
둘째, 정책 변화 민감도가 큽니다. 안전진단 완화, 용적률 상향, 기부채납 기준 조정 같은 제도 변화가 기대수익을 기하급수적으로
바꿉니다.
셋째, 자산가 수요는 사이클보다 퀄리티를 봅니다. 장기 보유 관점에서 핵심 입지 희소 자산을 담아 두려는 수요는 규제기에도 후퇴 폭이 작습니다. 그럼에도 재건축 투자는 리스크 관리가 핵심입니다.
사업 속도 추정(안전진단 단계, 정비구역·추진위·조합 설립 진척) 추가분담금 시나리오 이주·이자 비용, 분양가 상한제 적용 여부를 보수적으로 산정해야 합니다. 프리미엄이 이미 높은 단지는 기대수익과 사업기간 비율을 따져 내부수익률이 6~8%를 하회한다면 과감히 패스하는 결단도 필요합니다.
반대로 아직 이슈가 덜 알려졌지만 정비여건이 성숙해가는 후순위 입지는 리스크 대비 매력적일 수 있습니다. 체크포인트는 용도지역 상향 가능성, 역세권 복합개발 포함 여부, 인근 대규모 공공개발과의 연계성입니다.
결국 가격을 지키고 올리는 건 입지x 시간x 정책의 곱입니다.
요약하면 6·27 대책 이후 시장은 거래 절벽, 중저가 중심, 노후·핵심입지의 선별 강세로 압축됩니다. 지금은 과열이 아니라 선별의 시간입니다. 현금흐름을 지키면서 입지와 희소성이 분명한 중저가·재건축 유력 단지 중심으로 후보를 정리하세요.
최근 4~8주 실거래 기반의 협상과 현장 점검으로 확신을 뒷받침하는 것이 성과를 만듭니다